한국은 최근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에 접어들었다. 선진국 중에서 초고령 사회 진입이 가장 늦은 편이지만 고령화의 속도는 가장 빠르다. 현재 20세 젊은이가 65세가 되는 2070년에는 노인부양비(18~64세 근로 연령층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중)가 100%를 넘어서는 세계 초유의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고령화는 저출생과 평균수명의 연장이라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해 촉진되는데, 우리 출생률은 세계 최저이고 기대수명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로 길다. 한국인의 기대수명과 건강 기대수명은 일본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수년 내로 세계 최장수 국가가 될 것이다. 20년 전에는 80세 넘으면 오래 살았다고 했지만, 요즘은 90이 넘어야 오래 살았다고 한다. 20년 후에는 100세 넘어야 오래 살았다고 할 것이다.
흔히 고령화라고 하면 노인 인구가 늘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의 재정 부담 증가와 같은 부정적인 측면을 앞세운다. 그러나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것은 인류의 오랜 숙원이었다. 문제는 65세란 낡은 노인 기준 연령을 답습하는 것이다.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는 장수사회에서 65세에 완전 은퇴를 하면 30여년을 일하지 않고 연금으로 사는 게 행복한 삶일까? 건강하게 오래 살게 된 만큼 더 오래 일하고 생산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필자는 연금개혁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가입 상한 연령 및 정년을 동시에 70세 이상으로, 나아가 75세까지 단계적으로 올려 나가지 않고는 연금재정 안정화와 노후소득 보장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평균 연금 수급기간을 20년 이내로 유지하고 연금 가입 기간, 즉 보험료 납부 기간 상한을 현행 40년에서 50년까지 연장하지 않고서는 지속 가능한 연금제도를 설계하기 어렵다. 즉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의 기대여명이 20년이 넘지 않아야 한다. 통계청의 보수적인 추정에 의하면, 2045년 70세의 기대여명이 20년이 되고, 금세기 후반 중 75세의 기대여명이 20년을 초과할 것이라고 한다.
일하고 싶어 하는 건강한 60대, 70대 연령층이 ‘활동적 노화’(active aging)를 통해 생산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일과 연금을 유연하게 결합할 수 있도록 파트타임 일자리와 부분연금 제도를 발전시켜야 한다. 다만, 기대수명과 건강 기대수명에 개인 간, 소득계층 간 편차가 크다는 점과 한국의 심각한 노인빈곤 해소 필요성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장차 70세 이상으로 높여 나가되 기초연금 연령은 올리지 말고 소득이 없는 65세 이상자에게는 60만원 수준으로 높이고, 소득에 따라 감액(가령 소득의 25~30%, 200만~240만원 이상 소득자는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부의 소득세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