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한 KBO, 이중처벌도 감수하게 만드는 징계의 명확성
예민한 KBL, 소노의 김민욱 학교폭력 대처는 괘씸죄 의혹
무능한 KAAF, 중고연맹 분쟁에 보신주의 답변으로 일관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1.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징계를 내릴 때 신속하고 단호하다. 프로화가 잘 이뤄진 단체답게 웬만한 상황은 규정으로 명문화돼 있다. 혹시 모를 법정 다툼에 대비해 미리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결과다. 애매한 경우나 아날로그적 상황이 생기면 상벌위원회가 바로 열린다.
음주운전 처벌 규정을 보면 면허 정지는 70경기 출전 금지, 면허 취소는 1년 실격이 내려진다. 2회 적발 시 5년간 실격, 3회 적발 시 영구 실격이다. 회의를 열 필요도 없다. 자동으로 징계가 부과된다.
누가 봐도 법의 심판과 직장의 징계가 동시에 내려지는 이중 처벌이자 가중 처벌이다. 직원이 음주운전을 했는지조차 모르고 넘어가는 대다수 직장과 비교해보면 가혹하다고 할 수도 있다. 직업의 특성상 한창 나이의 선수가 상당 기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은 운전을 몇 년 쉬는 것보다 훨씬 치명적이다. 그럼에도 KBO와 각 구단, 선수 그리고 팬들은 이에 대해 큰 불만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리그의 생존과 가치에 관한 합의가 오랫동안 이뤄져온 결과다.
#2. 농구계에선 고양 소노와 포워드 김민욱 사이에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프로농구연맹(KBL)은 재정위원회를 열었지만 조정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김민욱은 대학 시절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소노는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이후 연봉은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민욱은 변호사를 통해 논란이 된 4학년 때 학폭은 사실 자체가 없으며, 자신이 밝힌 2학년 때 폭행은 당시 관례였던 참작 사유가 있고, 15년 전 일이며, 사건 발생 직후 피해 후배와 부모에게 용서를 구했다고 강변했다.
김민욱은 무엇보다 계약서 등 규정에 따르면 오래 전 학폭을 사유로 계약 해지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KBL에도 관련 처벌 규정이 구체적으로 적시된 게 없다. 공교롭게도 김민욱은 김승기 전 소노 감독의 폭행 피해자이다. 소노는 김승기 감독이 사퇴하고 김태술 감독이 부임하는 과정에서 11연패에 빠졌다. 일부 팬들은 그가 구단으로부터 괘씸죄에 걸렸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3. 프로 단체가 징계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면, 아마추어 단체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한국중고육상연맹은 박현춘 회장이 지난 5월 당선됐지만 아직 법정 다툼 중이다. 선거에서 패배한 김지수 전 육상대표팀 코치는 청소년 선수들을 이끌어가야 할 중고육상연맹 회장이 범죄 전력을 숨기고 당선됐다며 직무 정지 및 선거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상위기관인 대한육상연맹(KAAF)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도 심의 신청을 했다.
김 전 코치는 대한육상연맹 정관 제26조와 이를 근거로 만든 중고육상연맹 회장선거관리규정 제11조(이상 임원의 결격사유) '사회적 물의, 체육회와 체육회 관계단체로부터 징계는 받지 않았지만 임원의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유사 행위 등 그 밖의 적당하지 않은 사유가 있는 사람'을 근거로 박 회장이 선거에 출마한 것부터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박 회장은 1997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법적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박 회장은 젊은 시절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체육단체 재직 시절이 아닌 오래 전 일이고 형의 실효가 된 상태여서 출마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현재 박 회장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한 상태이다. 선거법 관련 본안 소송은 1심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 사태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위치에 있는 대한육상연맹과 대한체육회가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 전 코치는 그동안 수차례 항의와 심의 신청 등을 했으나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다고 육상연맹과 체육회가 이번 기회에 정관이나 선거관리 규정을 이견의 여지없이 명확하게 정비한 것도 아니다.
결국 육상연맹과 체육회의 무관심과 무능력이 분쟁 중인 하급 기관의 기능을 장기간 마비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말이다.
zangpab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