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함께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글래스루이스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질 것을 권고했다. 의결권 자문사의 보고서는 기관과 외국인투자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함 회장 재선임안의 주주총회 통과에 탄력이 붙게 됐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글래스루이스는 최근 기관투자가를 위한 의안 분석 보고서에서 함 회장의 연임을 포함해 이달 25일 하나금융 주총에 상정된 모든 결의 사항에 대해 찬성 의견을 냈다.
주총 안건은 △지난해 재무제표 승인 △정관 개정 △함 회장 등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의 보수 한도 승인 등이다. 글래스루이스는 “이사회가 주주들에게 제공한 재무제표는 투명하고 정확하게 작성됐으며 적절한 시기에 제공됐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3조 7690억 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순이자이익 8조 7610억 원에 순수수료 이익만 2조 4700억 원에 달했다. 글래스루이스가 이번 주총 안건들에 찬성표를 던진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다. 하나금융 측은 “함 회장은 효율적인 경영관리와 함께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하나금융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경영 실적 달성과 역대 최고 주가를 경신하는 등 그룹을 양적·질적으로 성장시켰다”며 “주주 환원 확대와 자산 성장률 및 자본 비율 관리 등 주주와의 약속도 성실히 이행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현재 하나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지분 9.68%를 갖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지분 비율이 무려 67.18%다.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자문사 의존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무리 없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ISS도 조만간 하나금융에 대한 의결권 자문 보고서를 기관투자가에 배포할 예정이다.
다만 글래스루이스는 함 회장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조사 △홍콩H지수 주가지수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채용 재판 등은 리스크 요인으로 봤다. 현재 공정위는 금융권의 반발에도 주요 시중은행의 LTV 담합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해외 의결권 기관 입장에서는 경쟁 당국의 조사 자체가 국내 은행과 경영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ELS도 비슷하다. 글래스루이스는 3년 전인 2022년 함 회장이 처음 회장 후보로 올랐을 당시 ISS와 함께 그의 선임에 반대하라는 의견을 냈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사법적 위험이 존재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함 회장은 DLF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승소하면서 금융감독원의 징계 수위도 낮아졌다. 채용 재판의 경우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회장 재선임에 찬성했지만 계속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글래스루이스는 “경영진 또는 이사회 구성원이 그러한 법적 절차에 연루되는 경우 특정 이사에 대한 주주들의 투표 보류를 권고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함 회장의 경우 DLF 문제에 대한 문책 경고 취소 판결을 받았고 나머지 문제들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확정된 것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반대나 보류 권고)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금까지의 글래스루이스의 성향을 봤을 때 이번 찬성이 의아하다는 얘기도 있다. 금융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ISS와 글래스루이스 같은 의결권 자문사의 경우 금융 당국의 제재만으로도 해당 최고경영자(CEO)와 그를 추천했던 사외이사 선임에 줄반대를 할 정도로 다소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며 “형이 확정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찬성 의견을 냈다고 하지만 채용 재판의 경우 결과에 따라 그룹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권고는 다소 의아하다”고 강조했다. 채용 재판의 경우 함 회장은 2023년 11월 2심에서 1심의 무죄가 뒤집혔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