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칼럼] 웰니스 뷰티의 시대

2024-12-11

[코스인코리아닷컴 전문위원 김수미] 현기증이 날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화장품 시장에서 한 발을 뒤로하고 웰니스라는 세상을 탐구하기 위해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10년 동안 해마다 개최해 오던 뷰티 최고위 과정 대신 지난 5월 웰니스 최고위 과정을 시작한 건 꼭 그래야했던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웰니스’라는 시대의 거대한 화두를 파편화된 단어로만 소비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각 영역의 명사들을 모시고 그들의 통찰력을 빌어 한번은 제대로 ‘웰니스’를 정리하고 싶었던 개인적인 바람도 있었다.

인간은 ‘T(Thinking)’ 또는 ‘F(Feeling)’로 혹은 ‘E(Extrovert)’ 또는 ‘I(Introvert)’로 양분화하고 단정할 수 있는 카테고리 속에 존재하고 기계는 인간보다 고도화된 지능으로 읽고 사색하고 창조하는 예술가적인 삶을 멋지게 보여준다. 엄친아하고만 비교해도 위축이 되는 지금 송곳 하나 들어가지 않는 완벽에 가까운 기계와의 경쟁이 존재하는 그 시대에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 즉, 웰니스에 대한 인식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인한 경제적 손실, 직무 스트레스로 인해 번아웃이 오는 현대인들이 정신 건강에 ‘1’을 투자하면 건강과 경제적 혜택은 ‘4’로 돌아온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니 잠시 속도를 늦춰도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웰니스 최고위 과정을 통해 정리한 개념을 요약하자면 웰니스(Wellness)는 육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환경적 측면에서의 건강함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웰니스라는 개념에 대해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질병 예방이나 치료를 넘어서 더 근본적으로 우리의 삶 전체의 지속가능한 일상과 비즈니스를 영위하기 위한 방향성과 솔루션의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재정의할 수 있다.

즉, 웰니스 비즈니스란 깊은 통찰을 통해 자신 본연의 존재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태계 전체를 더 살기 좋고 건강하고 행복한 곳으로 공진화시킨다는 존재 목적을 기업의 서약으로 하는 것이다. 웰니스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은 각자가 보유한 전문적 역량을 웰니스적인 역량을 기반으로 혁신하고 이를 고객과 구성원을 포함한 생태계 참여자들과 협업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향한다.

글로벌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웰니스 경제는 연평균 9%가 넘는 성장율을 보이며 높은 회복 탄력성을 보였다. 글로벌 산업에서 웰니스가 전 분야에 걸쳐서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한국에서는 ‘웰니스’라는 용어가 낯설기도 하고 관광산업과 건강, 식품 관련 산업에 치우쳐 있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위해 자신이 속한 산업을 웰니스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조직에 적용하는 웰니스 대전환이 우리 화장품 산업에도 필요한 시점이다.

화장품 산업에서는 피부에 대한 효능뿐 아니라 신경학적인 관점에서 작용하도록 설계된 뉴로코스메틱(Neuro Cosmetics)과 지속가능성과 정신적, 정서적 만족감에 대한 고려를 하는 브랜드가 등장하고 있다. 아직은 개념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웰니스 뷰티에 대한 개념을 도출하고 웰니스 뷰티 브랜드가 가져야 할 방향과 정체성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학계에서도 연구를 시작하고 있다.

혁신과 속도로 상징되던 한국의 화장품 산업에 화장품 본연의 효능 이면에 존재하는 정신과 정서적 만족감과 지속가능성, 자연과의 평화로운 삶의 가치를 담아내는 브랜드들이 등장하고 있다.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 사회적, 환경적인 건강을 통합하는 개념인 웰니스와 같이 웰니스 뷰티는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지점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마치 지난 5월 웰니스 최고위의 기조 강연자로 나선 ‘궁금한 뇌 연구소’ 장동선 박사가 “우리는 왜 뇌를 가지고 있는가? 과연 뇌 안에 행복이 있을까?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라는 인간 본성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질문을 던진 것처럼 웰니스 뷰티에 대한 본질을 찾아가기 위해 한국의 브랜드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의 뇌는 무엇이고 과연 그 안에 행복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인간을 본질적으로 행복하게 하는 요소인 자율과 행복감을 강화시키는 사회적으로 연결된 관계의 중요성을 찾아내고 우리의 삶 안에서 건강과 행복이 공존할 수 있는 웰니스 라이프의 방향성을 제시했듯이 웰니스 뷰티에 대한 어렴풋한 방향성은 질문과 가설 그리고 검증을 통해 한국적 웰니스 뷰티의 기틀을 머지않아 마련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잠시 호흡을 고르고자 시작한 웰니스 최고위 과정은 다른 산업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제시하기도 했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 화장품 산업에서 거대한 흐름에 매몰되지 않고 우리가 도약할 수 과제는 무엇일까라는 생각 또한 많이 들었다. 마침 함께 최고위 과정의 원우로 참석한 숙명여자대학교 석사 연구원이 이를 주제로 설정해 지난 1년간 연구를 지속하고 지도교수들과 어렵게 논문을 인준했다.

웰니스 뷰티의 시대는 우리의 피부만이 아닌 인간의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에 함께 작용하는 화장품의 가치를 역설한다. 몸과 마음, 정신 그리고 우리의 뇌인 변연계에 작용해 평생의 기억으로도 각인되는 향기, 향과 관련된 산업은 그 안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화장품 산업이 미래의 핵심 산업인 웰니스 비즈니스로 성장하기 위해서 우리만의 고유한 철학, 환경과 생태계와의 지속가능한 동행, 뉴로코스메틱과 향기 산업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통찰이 선행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이를 이끌어 갈 인재의 육성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의 가장 큰 자산은 지속적으로 배출되는 역량 있는 인재들로서 비단 이들은 업계나 학계에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협업과 화합을 유기적으로 완성해 나간다. 이러한 현상은 해외 박람회나 국내외의 컨퍼런스 현장에 가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개최한 ‘2024 K-뷰티 컨퍼런스’에서도 기조 강연자로 나선 김민신 숙명여자대학교 향장미용학과 뷰티케어전공 주임교수는 ‘2024 WPC(World Perfumery Congress) 리뷰’를 비롯해 ‘웰니스 뷰티와 뉴로 글로우’를 주제로 강연을 이어나갔다. 화장품 산업에 넘쳐나는 인재들 중 향기 관련 전문가가 매우 부족한 현상에 대해 아카데미가 나서서 인재를 육성하고 향과 산업을 연구하고 컨퍼런스를 통해 산업 현장의 전문가와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지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도 같은 꿈과 같은 일이 언제 어디서 생겨도 이상하지 않은 모멘텀에 웰니스 뷰티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 스타 탄생을 기대해 본다.

WPC 2024는 ‘인공지능, 지속가능성, 웰니스’를 테마로 첨단 기술의 활용과 웰니스의 시대 정신을 관통하는 관련 컨퍼런스를 3일 동안 연속으로 개최했다. 친환경, 안전성, 탄소 저감, 산지와의 공생 가능한 협업에 대한 세미나와 함께 MoCRA(Modernization of Cosmetics Regulation Act of 2022,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도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칼럼을 마감하고 교정과 교열 작업 중에 날아든 ‘대한민국 비상 계엄령 선포’라는 충격적인 속보. 1,300만 관중을 동원하며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임에도 너무나도 비현실적이고 후진적인 한국에 대한 연출로 그 시대를 겪은 이들에게는 과거의 아픔을 소환했고 지금의 세대에게는 현실과는 거리가 먼 과장된 영화적 상상력으로 소비됐다.

1979년 12월 12일 ‘서울의 봄’이 2024년 12월 3일 ‘서울의 겨울’로 재현될 거라는 걸 상상이라도 해 보았을까? 꽤 오랫동안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의 틀 안에서 논의되던 거대 담론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의제로 수렴하며 단지 하나의 ‘클리쉐’로 비춰질 수 있던 테마가 우리에게는 이제 현실 속 가장 중요한 의제로 다가온다.

웰니스 뷰티의 시대를 준비하는 화장품 산업은 대한민국이라는 우산 아래서 응원과 도전을 받고 있다. 군부대를 동원하고 비상 계엄령을 선포하던 10시 23분부터 해제되던 6시간 사이의 긴박한 상황에도 대한민국은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현안을 풀어나가고 있다. 인도 뭄바이의 한 호텔에서 맞이한 충격적인 속보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새벽 잠을 설치고 현업으로 돌아가던 한국의 아침처럼 뭄바이의 일상도 회복 중이다.

김수미 코스웨이(주) 대표이사

국제웰니스협회 이사장, 파워풀엑스(주) 사외이사, 숙명여자대학교 향장대학원 초빙교수, 숙명여자대학교 뷰티 최고위 책임교수, 연세대학교 글로벌 뷰티 최고위 과정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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