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나라로 손꼽혔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늙었다는 말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던 그 시절의 에너지는 사라지고, 이제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사회로 변해버린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과거의 성공이 오히려 현재를 멈추게 만든 것은 아닐까요? 함께 뭉쳐 무엇이든 해냈던 그 역동적인 에너지가, 이제는 서로 상처 주는 데 쓰이고 있다면 말입니다.
다름을 배우지 못한 사회.
사회 초년생 시절에 만났던 동기들은 저마다 개성이 넘쳤습니다. 요령 있는 친구, 어설프지만 진실한 친구, 지나치게 깐족거리지만 미워할 수 없는 친구들까지.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은 다름을 배우는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다름을 용납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현실도 마주해야 했습니다.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부장님과 “왜 돌격해야 하죠?”라고 묻는 신입사원 사이의 괴리감은, 세대 차이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다름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비롯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부모님은 늘 자식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직장에 가고, 좋은 배우자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려라”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 '좋은 직장'과 '좋은 배우자'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리고 현재의 10대와 20대들에게 이런 말을 진심으로 전할 수 있을까요? 지금의 현실은, 열심히 산다고 해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보장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치열하게 부딪히고 경쟁하며, 비 오는 날 주막에서 친구들과 소주잔을 부딪히며 쌓인 한을 털어내는 그런 삶. 그런 과정 속에서 문득 찾아온 햇살 같은 순간들, 그 속에서 피어나는 영화 같은 로맨스처럼.
어느 국가든 기회는 존재합니다. 나라는 늙어갈지라도, 청소년들은 그 안에서 여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10대와 20대는 우리의 미래이자 진정한 자산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생각을 진지하게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아직 모르니 나중에”라는 말로 그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면,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면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미래를 살아갈 주체는 바로 그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이 세상을 경험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제공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어른들의 이기심을 위한 싸움보다 그들의 가능성을 신뢰하고, 그들이 변화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공학도가 연기를 하고, 체육학과생이 경제 칼럼을 쓰고, 초등학생이 유해 시설 문제를 논하며, 고등학생이 대한민국 수능과 행복의 본질에 대해 토론하는 세상을 상상해 봅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키워나가며 꿈을 꾸는 교육. 그리고 세상에 나가기 전에 세상을 직접 경험해 볼 기회를 주는 사회. 그것이 가능하다면, 대한민국의 역동성은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함성룡 전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C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