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대선은 트럼프의 승리로 끝났다. 이 결과에 대한 이런저런 평가 중 눈에 띄는 말이 있었다. 트럼프가 이긴 이유는 ‘키가 커서’라는 것이다.
무척 근본 없는 주장으로 들린다. 심지어 차별적이기까지 하다. 키가 작은 사람은 선거에 이길 수 없나? 이런 식이면 서장훈씨는 차기 선거 영입 1순위가 되겠다.
그런데 의외로 미국 대선에서 신장의 효과는 지속적으로 언급되던 주장이었다. 키가 큰 후보자들이 선거에 승리하는 경우가 많았고, 농담 삼아 상대 후보에 비해 키가 크다는 점을 어필했던 후보들도 있었다. 실제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키가 큰 편에 속하며, 몇몇 연구들은 키와 선거 승리 간에 유의한 상관이 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심리학 연구를 보면, 키가 큰 사람들이 강한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고 지각하는 경향이 있다. 진화의 역사 속에서 키가 크고 힘이 센 사람이 사냥과 전쟁에서 조직의 리더로 더 유능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하지만 ‘작은 고추가 맵고’, ‘키가 커서 싱거운’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그리 공감 가지 않는 주장이다. 실제 연구에서도 서구권이 아닌 동양권에서는 키와 리더십 간의 관계가 강력하지 않았다. 농경 사회의 역사 속에서 카리스마적 리더보다는 조화롭고 겸손한 리더가 더 선호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우리나라의 젊은 층에서도 키와 리더십 간의 관계가 발견되기도 한다. 젊은 세대의 장신에 대한 선호를 생각하면 딱히 놀라운 일은 아니다. 어쩌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장신 리더들이 속출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키가 작다고 해서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신장과 리더십의 관계는 반대 방향으로도 작동한다. 즉, 리더십이 뛰어난 사람의 키는 실제보다 더 크게 지각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작은 거인’이 되는 셈이다. 키가 크지 않아도 훌륭한 리더십은 당신을 진정한 큰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최훈 한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