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에 충실한 엄마가 낫다” 정신과 의사 상식파괴 육아팁

2025-02-14

두 엄마가 있습니다. 한 명은 새벽마다 아이 반찬을 만들고, 유치원 마치면 아이를 여러 기관에 데리고 다니며 이거 저거 가르쳐요. 다른 한 명은 반찬은 사서 먹이고 친구 만나느라 하원 시간도 종종 까먹고요. 누가 더 좋은 엄마 같은가요?

“좋은 엄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윤우상 밝은마음병원(전남 나주) 원장은 이렇게 되물었다. 누가 봐도 전자의 엄마가 더 좋은 엄마로 보인다. 하지만 윤 원장의 답은 달랐다. 그는 “완벽하고 도덕적인 엄마가 오히려 아이를 망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아이를 위해 과도하게 애쓰는 엄마는 무의식에 불안감·열등감·죄책감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아이를 잘 키우려면 엄마의 무의식부터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30년 차 정신과 의사인 그는 우연한 기회에 엄마들의 심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15년 전 일반인을 대상으로 정신분석 이론을 강의하다 자녀교육에 도움이 될 만한 이론을 추려 ‘엄마 심리학’ 강좌를 연 게 시작이었다. 강의 내용을 토대로 『엄마 심리 수업』 시리즈와 『강강술래학교』 같은 책도 냈다. 좋은 엄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달 23일 강연차 서울을 찾은 그를 직접 만났다.

Intro. 엄마 무의식을 살펴야 하는 이유

Part 1. 아이는 엄마의 무의식을 먹고 자란다

Part 2. 완벽한 엄마보다 부족한 엄마가 낫다

Part 3. 훈육, 아이에게 초자아 심어주는 것

👨‍👩‍👧아이는 엄마의 무의식을 먹고 자란다

무의식은 ‘내가 모르고 있는 내 생각’이다. 누구나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무의식의 영향을 받는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고민하고 계획해서 키운다지만, 양육자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이 아이를 키우는 데 영향을 미친다. 윤 원장은 “무의식이 아이를 키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까지 했다.

무의식이 대체 뭔가요?

정신분석학의 아버지 프로이트가 처음 제시한 이론이에요. 인간의 정신은 의식·전(前)의식·무의식으로 돼 있어요. 의식은 지금 내가 보고 있고, 알고 있는 걸 의미합니다. 지금 여러분이 이 기사, 이 문장을 읽고 있는 게 의식이죠. 전의식은 어제 먹은 저녁 메뉴처럼 지금 의식하고 있지 않지만 애써 노력하면 떠오르는 것이에요. 반면에 무의식은 애를 써도 떠오르지 않고, 혼자 노력해서 찾아내기도 어렵죠. 전의식과 무의식을 합쳐 잠재의식이라고 합니다.

무의식이 왜 중요한가요?

친구를 사귀고, 직업을 선택하고, 결혼을 하는 것도 모두 무의식의 영향을 받은 결과거든요. 엄마의 무의식은 아이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엄마의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온도 차가 있는 경우도 적지 않고요. 제가 질문 하나 해볼게요.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싶으신가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음…. 책임감 있고, 밝고, 건강하게 컸으면 좋겠습니다.

매 강의에 하는 질문이에요. 대부분 비슷하게 대답하죠. 긍정적인 아이, 자신감 충만한 아이, 자기 밥벌이하는 아이, 남과 더불어 사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고요. ‘성격 좀 안 좋아도 공부 잘했으면 좋겠다’거나 ‘설혹 남을 짓밟더라도 성공하길 바란다’는 식의 답은 나온 적이 없어요. 아이가 대단한 직업이나 엄청난 돈을 갖길 바라기보다 자기 삶을 즐기길 바랍니다. 하지만 정작 무의식중에 잘난 아이를 원하는 엄마들이 적지 않아요.

원장님이 그걸 어떻게 알죠? 무의식은 정작 자기도 모르는 생각인데.

행복하게 자라길 바란다면서 입만 열면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하고, 더불어 살길 원한다면서 아무하고나 놀지 않길 바라니까요. 무의식이 드러나는 거죠. 그런 무의식을 찾아서 바로 잡아야 해요. 저는 이런 무의식을 ‘엄마 냄새’와 ‘엄마 색안경’으로 나눕니다. 이 두 가지가 아이를 키우는 방식의 90%를 좌우합니다.

엄마 냄새가 대체 뭔가요?

엄마 냄새는 엄마의 마음이에요. ‘냄새’라고 부르는 건 이유가 있어요. 보이진 않지만 몸에 배어 쉽사리 없어지지 않으니까요. 엄마가 아이를 귀여워하면 아이에게 귀여운 냄새가 배요. 아이는 어딜 가나 귀여운 냄새를 풍기고 사람들도 아이를 귀여워합니다. 반대로 엄마가 아이를 못난 시선으로 바라보면 아이는 못난 냄새를 풍깁니다. 사람들은 아이를 못난 아이 취급하게 되고요.

엄마 색안경은 뭐죠?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이요. 엄마가 살아온 경험·성격·가치관이 섞여서 만들어집니다. 어떤 분이 맘 카페에 글을 올렸어요. 유치원 등원 첫날 친구들과 인사도 하지 않고 뒤로 숨는 아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요. 본인이 소심하고 대인관계를 못하는데, 그대로 닮은 것 같아 걱정이라고요. 담임 교사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집에서도 친구에게 먼저 인사하는 연습을 시켰어요. 하기 싫다는 아이에게 “그러다 외톨이 된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했죠. 스피치·태권도 학원을 알아보기도 하고요. 이 엄마, 뭐가 문제일까요?

글쎄요. 아이의 문제를 풀려고 한 건데 문제랄 게 있나요?

아무 문제 없는 아이를 문제아 취급한 게 문제죠. 5세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서 낯을 가리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 엄마는 ‘소심한 건 나쁘다’는 색안경을 끼고 있어요. 아이에게 ‘소심한 문제아’라는 프레임을 씌웠죠. 아이가 스피치·태권도 학원을 싫다고 하면 갈등이 생길 겁니다. 아이도 엄마가 자신을 못마땅해하는 걸 느낄 거고요. 아이는 잘못한 게 없는데 잘못한 아이가 돼버리고 말죠. 아이를 위하려는 엄마의 마음이 되려 아이를 망치는 겁니다.

그럼 소심한 아이를 그냥 둬야 하나요?

다양한 기회를 주는 건 좋아요. 중요한 건 엄마의 마음가짐입니다. ‘소심한 성격을 고치겠다’는 생각은 안 됩니다. ‘한번 해보고 안 맞으면 말지, 뭐” 하는 마음으로 해야 해요. 기질은 바꿀 수 없어요.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자라면서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깨닫고 보완하는 건 아이 몫입니다.

👨‍👩‍👧도덕적 엄마? 욕망에 충실하라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이 초자아·자아·이드로 구성돼 있다고 봤다. 초자아는 착함과 올바름을 추구한다. 반면에 이드는 원초적 욕망인 동시에 자기중심적인 성향이다. 자아는 초자아와 이드 사이에서 갈등한다. 윤 원장은 “양육도 초자아와 이드 간 싸움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양육이 초자아와 이드의 싸움이라고요?

아이가 사탕을 달라고 조릅니다. 처음에는 좋은 말로 달래죠. 하지만 아이가 길바닥에 드러누워 울고불고 합니다. 결국 엄마도 “그만 좀 하라”고 소리 지르면서 엉덩이를 한 대 때립니다. 이드 엄마의 등장입니다. 그러다 화가 좀 가라앉으면 다시 초자아 엄마가 나타납니다. “네가 그러고도 엄마냐”며 자책의 벌을 주죠. ‘내일은 혼내지 말아야지’ 하고 초자아 엄마는 다짐하지만, 다음 날 어김없이 소리 지르는 이드 엄마가 나타나고요.

제 얘기 같아요. 35개월 쌍둥이에게 소리를 지르곤 죄책감에 시달리거든요. 매일요.

아이를 키우며 화 안 내고 소리 안 지르는 건 불가능해요.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요. 화 좀 내고, 소리 좀 지른다고 아이가 잘못되지 않습니다. 특히 서너 살 아이라면 더욱요. 오히려 강한 초자아 엄마보다는 약한 이드 엄마가 낫습니다.

강한 초자아 엄마는 도덕적이고 완벽할텐데, 이런 엄마보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엄마가 낫다는 말씀인가요?

완벽한 엄마, 가혹한 엄마, 체면 엄마 등이 초자아 엄마에 포함됩니다. 완벽한 엄마는 기준이 높고 도덕과 원칙을 중요시해요. 아이가 뭘 해도 성에 차지 않고요. 이런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는 열등감에 빠지기 쉽습니다. 스스로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완벽한 엄마가 강화되면 가혹한 엄마가 됩니다. 조그만 잘못도 용납하지 못합니다. 체면 엄마는 늘 주변 사람 시선을 의식하면서 불안해 합니다. 이런 엄마를 둔 아이는 늘 긴장하고 움츠러들어 있죠.

강한 초자아 엄마가 나쁘다고 이드 엄마가 좋다고 할 수 있나요?

그건 아닙니다. 아이를 학대하는 엄마도 이드 엄마에 포함되거든요. 이런 엄마를 좋다고 할 수는 없죠.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너무 강한 초자아 엄마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예요. 그것보다는 아이에게 올인하지 않고 적절하게 엄마의 삶을 사는 게 필요하다는 거죠. 약한 이드 엄마가 좋은 건 아이에게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자기 인생을 살기 때문입니다. 엄마도 행복하고, 아이도 행복하죠. 사실 초자아와 이드를 무 자르듯 ‘좋다’, ‘나쁘다’ 구분할 수는 없습니다.

(계속)

자신이 초자아 엄마인지, 이드 엄마인지 간단히 체크해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5점 이하라면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분발해야 합니다. 아이에 집착하는 엄마일 수도 있거든요.

아래 링크를 통해 테스트 해보세요.

헬로페어런츠 -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