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연휴 내내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예능 방송 출연을 두고 고소·고발전을 이어간 여야의 신경전이 다음주 시작되는 국정감사 정국에서 이어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5일 본회의를 열어 70개에 달하는 민생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이 모든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검토하면서 민생 법안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현희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국정감사는 ‘청산·개혁·회복’의 국감이 돼야 한다”며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3년의 실정과 불법을 발본색원해 국익과 국민을 위해 일하는 이재명 정부에 한치의 걸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야는 오는 13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에 돌입한다. 국감이 예정된 17개 국회 상임위원회 가운데 관심이 쏠리는 곳은 법제사법위원회다. 법사위는 여당 주도로 오는 13일 대법원 국감에 조희대 대법원장을 일반 증인으로 채택한 데 이어 15일 대법원 현장 검증을 추가로 의결했다. 통상 대법원장은 법사위에 출석하면 인삿말만 한 뒤에 양해를 구하고 이석하는 것이 관행이었으나, 이번에 여당은 조 대법원장의 출석과 증인선서, 증언 등을 요구하고 있다.
법사위원인 전 의원은 “두 차례 노쇼로 투아웃 중인 조 대법원장에게 국민의 이름으로 경고한다”며 “국감에 성실히 출석해 국민 앞에 대선 개입 의혹을 소상히 밝히고 사법부 수장으로서 책무를 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조 대법원장이 불출석할 경우 “일반 증인들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동행명령장 발부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 냉각기가 장기화하면서 응급의료법,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영유아보호법 등 70개에 이르는 비쟁점 법안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민주당은 오는 15일 본회의를 열어 이들 법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통상 국감 중에는 본회의를 열지 않는 것이 관례이지만, 시급한 법안 처리를 위해 예외를 둬야 한다는 논리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 등에 반발해 모든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검토하고 있다. 현실화할 경우 최장 69박70일 간의 필리버스터가 이어져 정상적인 국감 진행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소속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70여개를 다 (상정)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국민의힘도 계속 반대만 하기는 (정무적으로) 애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우리가 그동안 법안을 너무 쉽게 통과시켜 왔다”면서 “국감 기간 중에도 여당이 합의되지 않은 법안을 일방적으로 상정했을 경우 필리버스터를 이어갈지는 그때 상황을 보고 지도부에서 좀 더 논의하겠다”고 했다.
한편 장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관세협상 관련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하자고 정부·여당에 제안했다. 장 대표는 “미국과 관세협상이 한 발짝도 진전이 없다. 우리 철강의 최대 수출처인 유럽연합(EU)마저 철강 관세를 50%까지 올린다고 한다”며 “정부·여당이 지금까지 관세협상의 내용을 공유하면 국민의힘은 지금의 위기를 넘는 데 함께 힘을 보탤 것”이라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관세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여야 비상경제 안보회의”를 제안했다.
여야가 특검 수사와 사법개혁 등 주요 현안을 놓고 대립하는 상황에서 여야정협의체에 합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지난달 회동에서 구성하기로 합의한 민생경제협의체도 구성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