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2005년부터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민주주의·시민사회·사회운동·불평등 문제 등을 연구해왔으며, <그런 세대는 없다: 불평등 시대의 세대와 정치> <한국정치 리부트> 등 10여권의 저서와 공저를 출간했다. — 20여년 동안 극우와 민주주의 퇴행에 관해 연구해온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20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정치사회학자로서 이런 사태를 예견하지 못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50대에 접어들면서 그동안의 연구를 정리하려 했는데, 다시 새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12·3 이후의 사회학은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사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신 교수만큼 보수 정치 극우화에 대해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온 학자도 드물었다. 논문은 물론 각종 기고문과 방송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독재화 가능성을 경고해왔다. 지난 10년 동안 급속도로 확산된 미국·유럽의 극우를 관찰해온 그로선 윤석열 집권 2년차부터 노골화되기 시작한 극우·독재화의 징후가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참패한 윤석열이 국정 방향을 바꾸긴커녕 오히려 대통령실과 각종 정부기관 최고위층을 가장 극우적인 인물로 교체한 것은 섬뜩한 예고처럼 보였다. 같은 해 5월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이 군사독재 정권이었던 가봉보다 순위가 떨어진 것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정작 한국 사회는 이미 익숙해진 탓에 독재로 근접해가고 있다는 경고등이 켜진 것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윤석열이 12·3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그의 경고는 현실이 됐다. 그러나 신 교수는 “나도 이 정도일 줄은 정말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2·3 쿠데타는 윤석열 개인의 망상이 아니라 그를 정점으로 한 거대한 극우 ‘세력’의 부상을 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극우세력이 초기 조직화-대규모 조직화-대중화-주류화를 거치면서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뒤흔들 만큼의 권력을 쥐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궤멸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윤석열과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극우세력을 선동하면서, 보수 지지층이 극우화하는 파시즘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87년 민주화 이후 살아남은 세력
조직화·대중화·주류화 거치며
헌정질서 흔들 만큼의 권력 잡아
학자로서 사태 예견 못해 반성
경제 불안·전쟁 위기 내몰린 시민
극단적 해결 약속하는 선전에 끌려
기존 정치 세력의 무능함도
극우가 밀고 들어올 공간 만들어
피식민지였던 역사적 경험이
극우와 결합되며 식민지배 정당화
친일·성조기 숭상으로 나타나
반페미니즘 등과 연결 동맹 확장
돈과 표가 필요한 세력 상호작용
관람자의 위치에 서 있으면서
민주적 세상 유지 기대하면 안 돼
결국 시민들이 문화를 바꿔가야
극우, 사회가 합의한 가치 원천 부정
- 보수와 극우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흔히 보수가 좀 과격해진 것이 극우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이념·이데올로기에서 그 둘은 원칙적으로 구분됩니다. 보수주의는 대체로 법과 질서, 전통과 윤리를 중시하는 이념이에요. 진보주의자들이 질서와 전통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개혁하려는 것과 대조되죠. 반면 극단주의는 정치적 이념이나 사상으로 보기 힘들어요. 반유대주의·안티 페미니스트·백인우월주의 같은 다양한 종류의 이데올로기라고 볼 수 있죠. 이들의 공통점은 민주주의·인권·평등·법치같이 사회가 합의한 보편적 가치를 부정한다는 겁니다. 단순히 언어나 행동이 극단적인 걸 뜻하는 게 아니에요. 어떤 정치인이 ‘경제발전을 위해 군사독재로 노조를 없애야 된다’는 주장을 아무리 점잖게 펼치더라도, 그건 아주 위험한 극단주의 행동인 겁니다. 극단주의 중에서도 특히 극우는 평등의 가치를 부정하는 특성이 가장 강합니다. 계층·성별·인종에 상관없이 보편적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격렬한 저항과 증오를 나타내요. 사회적 위계와 불평등을 당연시하기 때문에 힘에 대한 열망, 권위주의와도 연결됩니다. 이 기준으로 봤을 때, 지금 한국의 보수 정치세력은 상당한 정도로 극우화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헌법을 위반하고, 법원에서 폭동을 일으키면서까지 자신들이 원하는 질서를 세우려 하는 것은 법과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와 분명히 구분되는 극우적 행태입니다.”
- 지난 10여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극우가 크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서구의 극우화 현상이 왜 가속화되고 있는지 설명하는 몇가지 이론이 있습니다. 먼저 세계화로 불평등이 심화되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구조적 불안’의 증가입니다. 이주, 경제적 불안, 전쟁 위기 등의 상황은 단순하고 극단적인 해결책을 약속하는 극단주의 선전에 이끌리게 만드는 경향을 낳습니다. 하지만 그런 구조적 불안이 필연적으로 극우주의로 나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대공황이 발생한 1932년 독일에선 나치당이 제1당이 됐지만, 바로 같은 해 스웨덴에서는 사회민주당이 처음으로 집권을 했어요. 미국에선 루스벨트의 뉴딜이 시작됐고요. 즉, 구조적 불안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거기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존 정치세력의 무능이 극우가 들어올 공간을 만드는 겁니다. 여기에 지난 10여년 동안 유튜브·트위터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이 대중화되면서, 극우 담론과 네트워크가 급속도로 세를 확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습니다. 서구의 극우 확산 원인을 설명하는 이 모든 내용들은 한국 극우의 부상에도 적용됩니다.”
- 아직도 공산주의 척결을 외치거나 성조기를 흔드는 것은 한국의 극우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양상 같습니다.
“한국과 미국·유럽의 극우에는 역사적 맥락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는데, 첫째는 ‘식민지 경험’입니다. 미국·유럽은 식민주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지금도 서구중심주의, 백인우월주의가 극우 이데올로기의 큰 부분을 차지해요. 반면 한국은 피식민지였죠. 그러한 역사적 경험이 강자에 대한 순응과 보편적 인권을 수용하지 않는 극우주의와 결합하면, 식민지배 정당화로 이어집니다. 자신을 강자와 동일시하면서 식민주의에 대한 비판을 이상주의적, 비현실주의적인 것이라 조소하죠. 이것이 친일 성향이나 성조기 숭상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나는 겁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맥락은 ‘한반도 분단 체제’와 ‘반공 냉전 체제’입니다. 반공 극우가 이데올로기, 통치기구, 지배양식, 지배집단을 모두 장악해 공고한 제도적 레짐을 유지했던 기간이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무려 70년에 달합니다. 그 역사적 유산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질기게 남아 있어요. 그러다보니 서구의 극우와 달리 한국에선 여전히 반북·반공 이데올로기가 극우의 핵심인 겁니다. 여기에 반노조·반페미니즘·반LGBT 등이 결합하면서 동맹을 확장해가는 중이고요.”
극우의 대중화, 박근혜 탄핵과 함께 시작
- 하지만 갑자기 확인된 엄청난 규모의 극우세력은 당혹스러울 정도입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약 40년 동안 극우세력이 어떤 형태로 존재해왔던 겁니까.
“민주화 이후 극우의 확장 과정은 4단계로 살펴볼 수 있어요. 첫째는 ‘초기적 조직화’ 단계입니다. 독재 정권 때는 국가 자체가 극우니까 조직화가 필요 없었지만, 민주주의하에서는 언제든 저쪽으로 정권이 넘어갈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생겼죠. 그 대응으로 아래로부터의 자생적인 조직화가 시작됐습니다. 이승만의 반공연맹을 계승한 자유총연맹, 전두환의 사회정화위원회에 뿌리를 둔 바르게살기운동본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이 모두 민주화 직후인 1987~1989년 사이 창립됐습니다. 진정한 변화가 일어난 건 2단계 ‘대규모 조직화’ 단계예요.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입니다. 이들은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을 ‘북한의 위장전술’이라 여겼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실패 후 2004년 열린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차지하자, 보수가 궤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죠. 이 시기에 뉴라이트가 탄생하고, 침잠해 있던 기존 극우단체들이 다시 활성화되는 등 극우세력의 폭발적인 조직화가 이뤄집니다. 다음 3단계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함께 시작된 ‘극우의 대중화’입니다. 이전 단계까지는 태극기집회 참석자 대부분이 보수·극우단체 회원 위주였는데, 이때부터 자발적 시민 참여가 늘어나요. 카톡·유튜브로 각성한 소위 ‘애국보수’들이죠. 촛불시민의 거울상처럼 된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 초기에 북·미 회담이 진전되고 남북관계가 가까워질 땐 이런 극단적인 반공·반북 세력들이 다수 시민의 호응을 받지 못했어요. 문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가 70% 이상이었던 시기도 많았고요. 그러나 하노이 회담 실패가 또 하나의 변곡점이 됩니다.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개성공단을 폐쇄했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계속 대화를 시도하니까, ‘북한에 나라를 갖다바치려 한다는 극우들의 말이 맞았네’라고 생각하는 보수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겁니다. 극우의 저변이 더욱 확산될 수 있는 국제적 정세가 생겨나게 된 거죠.”
- 그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거군요.
“그렇습니다. 윤석열 정권과 함께 극우는 완전히 새로운 단계인 4단계로 접어듭니다. 바로 ‘극우의 주류화·권력화’ 단계입니다. 사실 이게 상당히 역설적이에요. 윤석열 정권은 극우의 대중화 덕분에 탄생한 게 아니라, 오히려 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 체제하에서 ‘청년 우파’ ‘새로운 보수’ 이미지를 내세워 극우 색채를 희석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거든요. 윤석열 대통령 자체도 이념성이 특별히 강하지 않았던 사람이고요. 다만 극우 친화적인 인성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는데, 대통령이 된 후 극단주의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극우 이데올로기를 빠르게 수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집권 2년차부터는 극우인사들을 국민의힘과 정부 요직에 집중적으로 박아넣는 시기로 넘어갑니다. 극우가 조직화·대중화를 거쳐 보수 정치의 주류를 차지하고, 국가권력의 최상층에 자리 잡게 된 겁니다. 이 과정을 통해 갑작스럽게 극우라는 존재가 우리나라의 민주적 헌정을 뒤흔들 수 있는 정도의 힘을 갖게 된 거예요.”
파시즘의 대중적 토양 ‘상상 그 이상’
-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는 너무 충격적입니다. 12·3 계엄 사태가 한국 극우에 새로운 장을 연 것 같습니다.
“12·3 이후 한 달여 동안에 추가적으로 나타난 징후가 파시즘이에요. 윤 대통령이 독재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전쟁 도발을 시도하고, 다량의 실탄과 고문도구를 대기시킨 사실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나 있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독재·전쟁·제노사이드라는 3대 국가폭력이 실행에 옮겨질 뻔했다는 사실조차 믿기 어려운데,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파시즘의 대중적 토양이 이 정도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어요. 국민의힘 지지율이 12·3 이전으로 빠르게 회복되다 못해 오히려 더 높아진 것도 그게 아니고선 설명이 안 됩니다. ‘민주당이 싫고 이재명이 싫어서’라는 여러 얘기들이 나오지만, 국민의힘은 쿠데타를 옹호하고 있는 정당입니다. ‘상대방이 너무 싫어서 권력을 잡지 못하게 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전복해도 상관없다’까지 가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파시즘적 요소인 거예요. 이건 정치적 양극화의 차원이 아닙니다. 나아가 국민의힘 지지율 증가와 질적으로 또 다른 차원의 문제가 바로 윤석열 탄핵 반대 여론입니다. 모든 걸 다 양보해서 국민의힘 지지율까지는 이해한다 하더라도, 쿠데타를 일으켜 국회에 군을 투입한 윤석열을 복귀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32%가 나오는 것은 더 이상 다르게 이해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제 눈을 의심한 또 하나의 여론조사 결과가 있는데, MBC 신년 여론조사에서 부정선거를 믿는다는 응답률이 29%가 나왔어요. 국민의힘 지지층만 놓고 보면 65%에 달합니다. 국민의힘 지지층이 극우화되고 있는 거예요.”
- 12·3 이전까지 지지율이 바닥이었던 윤석열을 지키기 위해 갑자기 극우들이 뭉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극우는 하나의 견고한 이념이 아닙니다. 공통이념을 가진 동질적 집단이 아니라 여러 이질적인 이데올로기들이 느슨하게 모여 있는 집합체이기 때문에, 그 안에는 자기들끼리도 극복 불가능한 균열이 있어요. 예를 들어 반페미니스트가 반드시 독재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들을 강하게 뭉치게 만드는 동인은 ‘공동의 위기의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3 직전 국정 긍정 평가가 18%였을 만큼, 좌우를 막론하고 인기 없는 대통령이었어요. 그런데 탄핵되려고 하니까 갑자기 극우들이 윤석열을 중심으로 뭉치는 이유는 거대한 백래시의 대동맹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윤석열이 좋아서라기보다는 탄핵 뒤에 오게 될 사회를 생각하니 온갖 종류의 위기의식이 생기는 거죠.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것은, 극우세력이 반드시 신념이나 이데올로기를 위해 활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도를 늘려야 하는 종교단체들, 클릭수를 올려야 하는 선정적인 극우 유튜버들은 이 국면에서 본능적으로 어떻게 해야 돈이 들어오는지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선거 때문에 극우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는 정치인들도 빼놓을 수 없겠죠. 돈과 표와 신도가 필요한 사람들이 지금 극우를 선동하고 있는 겁니다.”
미국 공화당의 트럼프화 과정과 닮은꼴
- 대통령과 국민의힘 등 주류 정치인들이 극우를 선동하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염려스럽습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서부지법 난입자들을 “애국시민”이라 호명하기까지 했습니다.
“흔히들 제도권 바깥의 극우가 세를 불려나가면서 권력 중심부를 장악하고 있는 진보·보수 엘리트를 위협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중심부의 보수 엘리트들이 아스팔트 극우를 선동해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행동을 부추기고, 그로 인한 이득은 자신들이 챙겨가는 식이죠. 그게 바로 윤상현 의원이 한 행동입니다. 문제는 정치 엘리트들이 극우화하면, 극우가 아니었던 지지층으로까지 극우적 태도가 확산된다는 겁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부정선거론이죠. 민경욱 전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극우 유튜버들이 떠들어댈 때는 귀담아듣지 않았던 사람들도 현직 대통령과 국민의힘 최고위원 등이 이구동성으로 부정선거 때문에 계엄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니, 갑자기 음모론을 믿기 시작합니다. 12·3 전에는 1%도 믿지 않았을 부정선거론이 12·3 이후 두 달도 안 돼서 30% 가까이가 믿고 있다고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세요. 이 메커니즘이 굉장히 아이러니합니다. 국힘은 극우 색채를 탈색해 정권을 잡았지만 그 후 스스로 극우화했고, 그들을 따라 보수 유권자층도 극우화됐습니다. 이 메커니즘의 마지막 단계가 뭔지 아십니까. 앞으로 국힘 정치인들은 극우적인 스탠스를 취해야만 국힘 지지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가게 될 겁니다. 극우화한 지지층을 거스른 정치인은 다음 공천을 못 받게 될 테니까요. 극우 정치세력과 극우 사회세력의 상호작용이 한번 가속화되기 시작하면 빠져나갈 수가 없어요. 그것이 정확히 미국 공화당이 트럼프화돼가는 과정이었습니다.”
- 극우의 확산을 막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회 제도와 기본 가치를 공격하고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당연히 엄중히 처벌해야 합니다. 그러나 극우적인 태도나 신념을 공권력으로 막을 순 없어요. 그건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자기모순이 되니까요. 결국 시민들이 사회 저변과 문화를 바꿔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 도처의 미시적 차별과 혐오는 거대 폭력과 다 연결돼 있습니다. 극우가 왜 위험하고 틀렸는지,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분명한 목소리로 말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극우 행위자들이 너무 액티브한 데 반해, 그것을 두려워하는 시민들은 너무 소극적이에요. 국가와 정당정치가 지켜줄 걸로 생각하고 관람자의 위치에서 민주적인 세상이 유지되기만을 기대해선 안 됩니다. 지금 국면은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