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세상 돋보기] “성질이 고약하다”에서 본 리더의 그릇

2025-03-05

(조세금융신문=김우일 대우M&A 대표) 국가, 지지체, 법인, 단체 가족 등 인간사회를 구성하는 요소들에는 CEO, 즉 조직의 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조직의 장이 유능하냐 무능하냐에 따라 그가 이끄는 조직은 백만대군을 가지고도 고구려의 소수 군사에 패한 당나라의 지리멸렬한 군사조직이 되기도 하고 임진왜란 시 10척의 배로 일본의 수백 척 왜선을 물리친 연전연승의 조선수군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조직의 장의 위치는 그가 가지는 재주와 기질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질 수밖에 없는 조직의 미래와 운명을 불가역적으로 결정하게 만든다.

필자는 우연히 물개영화를 보다 한 내레이션의 문구가 인상에 남았다. 관광객들에게 주의를 주는 멘트였는데, 물개가 얼굴은 귀엽게 생겼지만 성질이 고약해 쓰다듬지 말라는 말이었다.

여기서 ‘성질이 고약하다’는 어원의 출처를 캐보면 옛날 우리나라 최대의 성군이라 일컫는 조선의 세종대왕이 등장하게 된다. 한글을 창제하고 영토를 확장하고 장영실 같은 천민을 발굴해 과학 창달을 이뤄 당대에 태평 치세를 이룬 그에게 ‘성질이 고약하다’라는 어원의 출처가 등장하다니 뭔가 재밌는 일화와 후대들에게 시사하는 레슨이 있음은 분명해보였다. 그 일화와 레슨을 파헤쳐 보기로 하자.

유교질서가 엄한 세종 때 ‘고약해(高若海)’라는 신하가 있었는데 이름의 뜻은 바다와 같다는 것인데, 거꾸로 성질은 글자 그대로 고약했다고 한다. 사사건건 임금 앞에서도 비위에 거슬린 말을 막 해대고 마음에 안 들면 임금 앞에서도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한다.

성격까지 겁이 없어 ‘소신’ 대신에 ‘소인’이라는 말로 불충을 저지르고, 세종이 좋아하는 격구를 나라에 도움이 안 된다고 이를 폐지토록 공격하기도 해 세종도 인간인지라 그 고약해 때문에 심신이 피곤했다 한다. 파직도 시켰지만 일년 후 다시 대사헌에 임명시켰고 3대에 걸쳐 조정의 중요한 직을 수행했다. 이는 세종대왕이 언로를 제일 중요시 여겼기 때문이다.

일을 잘 못해서가 아니라 말을 잘 못했다고 벌을 준다면 모두가 입을 닫아버리고 누가 바른 소리를 해서 공론(公論)을 만들어 내겠느냐 하는 대왕의 신념이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이 신념이 없으면 공론 대신 위록지마(謂鹿止馬)라는 공론(空論)만이 생길 뿐이다.

위록지마는 중국 진시황이 죽은 후 어린 왕자를 황제로 추대한 후 권력을 잡은 환관 조고가 신하들 앞에서 사슴을 말이라 하고 이를 반대하는 신하를 죽여 자신의 권세를 공고히 했다는 고사다.

공론이라 함은 어떤 사안에 대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논의, 수렴한 의견인데 그 과정을 공론화라 한다. 이 공론화가 민주주의의 정의인 바 이를 지키는 리더만이 조직의 안정과 번영을 추구할 수 있다.

이 공론화를 도출하려면 자고로 모든 것을 수용하는 그릇이 커야 한다. 조직을 이끌고 책임지는 리더에게는 절대적 필요조건이다. 어떠한 의견이라도 이를 흡수해서 수렴해 최대공약수를 만들어내는 그릇을 일컫는다.

우리나라 속담에 ‘사람 됨됨이가 간장 종지만하다’는 말이 있다. 간장 종지는 간장만 조금 담는 작은 종지를 말한다. 심보가 간장 종지만한 사람은 간장을 담는 게 아니라 자기 의견과 고집만 담는데 이도 종지가 워낙 적어 넘쳐나 쓸모가 없다는 얘기다.

공자가 말하는 군자불기(君子不器)라는 말도 어떠한 의견도 배척하지 않고 수용하는 그릇을 얘기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리더가 되는 자는 들을 청(聽)을 측자파자(測子破字)해 그 귀감을 삼으면 성공한 리더는 못되더라도 실패한 리더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과감한 주장을 하고 싶다.

귀 이(耳) 밑에 왕(王)이 있고 열 가지(十)의 눈(目)을 눕혀 보면서 한 개(一)의 마음(心)으로 수렴하다는 것이다. 즉 귀로 듣는 것이 왕도이고 눈을 눕혀 열 개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한 개의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프로필] 김우일 대우김우일경영연구원 대표/대우 M&A 대표

•(전)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전)대우그룹 기획조정실 경영관리팀 이사

•인천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서울고등학교, 연세대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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