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TSMC의 성공 전략, 타산지석 삼아야 하는 이유

2025-03-25

2025년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5G·6G 통신, 전기차 및 자율주행 기술 발전과 맞물려 급격한 성장을 맞이하고 있다. IDC에 따르면, 2025년 반도체 시장 규모는 779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년 대비 16% 성장한 수치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및 AI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TSMC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업계 1위 위용 과시하는 TSMC

현재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로 나뉘며, 한국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는 글로벌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는 경쟁력이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TSMC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압도적인 파운드리 기술력을 통해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기업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인텔, 글로벌파운드리, UMC 등의 경쟁사보다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5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분야에서는 8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경쟁사와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7.1%로 지난 3분기보다 2.4% 높았으며, 동 기간 삼성전자는 9.1%로 3분기 대비 1% 낮아진 수치를 기록했다.

최근 AI 기술의 발전과 데이터 센터 확장으로 인해, 고성능 반도체의 수요가 폭증하는 추세다. 특히 엔비디아, AMD, 애플, 구글, 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이 TSMC의 최첨단 공정을 활용해 AI 반도체를 제작하며, 이는 TSMC가 시장을 지배하는 주요 요인이 됐다. 업계에 따르면, TSMC가 최근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퀄컴 등 주요 반도체 기업과 함께 인텔 투자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가 인텔의 파운드리 부문을 운영하는 형태로, 지분율은 50%를 넘지 않는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논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주요 기업들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 정부는 TSMC에 인텔 공장 인수를 타진하며 반도체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이는 인텔을 살리는 동시에 미국이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을 확보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TSMC가 단독으로 인텔을 인수하기보다 엔비디아, AMD 등과 공동 투자를 모색하는 배경에는 리스크 분산과 미국 정부의 규제 회피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가 인텔 공장을 인수할 경우 미국 정부가 기술 이전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엔비디아 등 수요처와 공동 운영하는 방식이라면 기술 이전 요구를 회피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TSMC와 미국 빅테크 기업에도 이번 논의는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AI 칩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반도체 생산능력 확보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인텔의 공장을 활용하면 생산량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고, 주요 반도체 기업도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실제 협상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TSMC와 인텔, 미국 정부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만큼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TSMC 성공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TSMC의 강점 중 하나는 파운드리 사업의 독립성과 고객 신뢰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TSMC가 성공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순수 파운드리 비즈니스 모델이다. 자체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고객사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데만 집중하는 방식이다.

이는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TSMC를 신뢰하고 협력하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 반면, 삼성전자는 자체 브랜드 제품을 동시에 생산하면서 파운드리 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애플, 퀄컴 등 고객사가 삼성전자의 경쟁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뢰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는 구조를 만든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하는 건 역시 TSMC의 초미세 공정 기술이다.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는 공정 미세화 기술력이다. TSMC는 2나노(nm) 공정을 2025년부터 양산할 예정이며, 1.4나노 공정 개발에도 착수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을 도입했으나 TSMC보다 수율이 낮아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TSMC는 매년 300억 달러(약 40조 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반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투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지정학적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TSMC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지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특히,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 400억 달러(약 52조 원)를 투자해 4나노 및 3나노 파운드리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에 대응하고, 글로벌 고객사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전략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대부분의 반도체 생산을 한국과 일부 미국 공장에서 진행하고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가 일부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생산에서 중국, 일본과 인접한 지정학적 환경에 놓여 있어,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이 커질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TSMC는 대만 정부와 협력해 반도체 특화 대학 및 연구기관을 설립해 우수 인재를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다. 한 예로, TSMC는 2022년 9월부터 자국의 명문 공립고등학교인 건국고등중학 등 10여개 우수 고교에 6주, 18시간 동안 반도체 소개, 제조 공정 등 관련 수업 과정을 진행하며, 이와 관련된 투자도 지속해서 진행 중이다. 반면, 한국의 반도체 업계는 인재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 국내에서도 반도체 기업과 대학 및 연구기관의 협업이 지속되고 있으나,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설계 인력과 전문 엔지니어가 여실히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단기적인 성과를 달성할 뿐 아니라 장기적인 생존 전략을 구축해야 할 과제를 눈앞에 뒀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TSMC처럼 R&D 투자 확대, 고객 신뢰 구축, 글로벌 생산 거점 확대가 필수적이다. 또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장기적인 반도체 육성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이를 통해 TSMC와의 격차를 줄이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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